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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Sep. 5, 2021, 12:33 pm.

By Jaekwon Han

Jaekwon Han leads Front-end team at 29CM and has worked as a Front-end developer and an UI designer.
(35) 야구와 축구 같은 운동에는 뛰어났지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헛발질을 했다. 나는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그러면 당신은 언제나 승자가 될 수 있다. 나는 로스앤젤레스 주변의 바다에서, 시내에서, 산비탈에서 나의 게임들을 찾아냈다.
(41) 등반 장비를 직접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요세미티의 높은 암벽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며칠간 이어지는 등반을 위해서는 수백 개의 피톤을 박아야 했다. 당시 모든 등반 장비는 유럽산이었고 피톤은 연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은 한번 암벽에 박아 넣은 피톤은 그 자리에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53) 디자인에 있어서 우리의 지침은 프랑스의 비행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사상에 바탕을 두었다. 항공기뿐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하는 모든 산업 활동, 모든 계산과 추정, 사람들이 초안을 만들고 청사진을 그리는 데 보낸 모든 밤들은 하나의 원리로 수렴된다. '단순성'이라는 궁극의 원칙으로. ... 장인 정신을 담은 수 세대에 걸친 실험을 통해, 인간의 가슴이나 어깨의 곡선과 같은 궁극의 자연스러움을 드러내야 한다는 법칙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일에 임해야 한다. 어떤 것이든 완벽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무엇 하나 걸치지 않은 적나라한 상태에 이를 때에 달성된다.
(64) 느리기는 했지만 꾸준히 등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볼더 인근의 엘도라도 협곡, 뉴욕의 샤완겅크, 요세미티 계곡과 같이 잘 알려진 루트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었다. 연약한 크랙에 경강 피톤을 반복적으로 박아 넣고 빼낸 덕분에 암벽은 흉하게 망가졌다. ... 프로스트와 나는 피톤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수년에 걸쳐 밟게 될 환경보호를 향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피톤은 우리 사업의 중추였지만 그 사업으로 인해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암벽들이 훼손되고 있었다.
(85) 난 정말 사업가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가가 되려면 좋은 명분들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입고 심지어는 맨발로 일하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유연한 근무로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아이가 아플 때는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146) 기능적 필요를 토대로 디자인하면 과정에 집중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면 진지한 기능적 필요가 존재하지 않을 때는 보기에는 그럴듯해도 제품 라인에 포함시켜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 즉 "누가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운 제품이 나온다.
(147)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것은 줄어든다. 숙련된 플라이 낚시꾼은 낚싯대 하나, 플라이 한 종류, 낚싯줄 한 종류만으로도 장비와 플라이를 잔뜩 가진 서투른 사람보다 많은 물고기를 낚는다. 나는 소로의 조언을 절대 잊지 않는다. "새 옷이 필요한 모든 사업을 조심하라."
(148) 하나의 활동을 위해 디자인된 제품이 다른 활동에 놀라울 정도로 잘 적용되는 때도 있다. 우리가 만드는 등반 재킷의 상당수는 암벽보다는 스키 슬로프 위에서 활약한다. 우리는 그런 변칙을 염두에 두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최고의 제품은 마케팅을 어떻게 하든 다기능적이다. 스키를 탈 때 입으려고 구입한 등반 재킷을 파리나 뉴욕의 눈보라 속에서도 입을 수 있다면, 굳이 재킷을 2개 구입해서 하나는 1년 중 9개월 동안 옷장 안에 묵혀 둘 필요가 없다. 적게 사고, 더 나을 것을 사라. 장식은 줄이고 디자인은 더 낫게 하라.
(152) 우리는 교체가 으뜸으로 여겨지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 이런 조건은 소유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사회를 만든다.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소유자는 적절한 관리부터 수리, 재사용, 공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구매에 책임질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소비자는 사용하고, 만들고, 버린 뒤 또 그 일을 반복한다.
(155) 기능 중심의 디자인은 대개 미니멀하다. 브라운의 디자인 책임자인 디터 람스의 주장처럼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복잡하다는 것은 기능적 필요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확실한 신호이다. 1960년대 페라리와 캐딜락의 차이를 예로 들어 보자. ... 기능성이 디자인의 지침 역할을 하지 않을 때면, 상상력이 미쳐 날뛴다. 괴물을 디자인하는 것이라면 그럴듯한 작품이 나올 것이다.
훌륭한 등산 재킷은 1960년대 캐딜락처럼 보이지 않는다. 직물이 강하고 가볍다면 어깨와 팔꿈치에 옷감을 보강할 필요가 없다. 통기성이 좋은 새로운 직물이 있다면 과거에 통기를 위해 달았던 무겁고 어색한 지퍼들을 없앨 수 있다.
(161) 이류 제품의 판매 후 관리가 유발하는 피해는 전체 제조 공정이 입히는 피해의 4배에 이른다. ... 하지만 환경적 고려는 이런 모든 이류를 뛰어넘는다. 다림질은 비효율적인 전기 사용이며, 고온 세탁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드라이클리닝은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건조기는 착용 횟수와 상관없이 옷의 수명을 훨씬 단축시킨다. 건조기 필터 안의 보푸라기를 확인해 보라! 세탁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이 의류에 연관된 탄소 발자국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